[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여행 : 해윰책방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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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4차 대유행으로까지 퍼지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독한 생활을 견디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아시스가 될 곳은 어디가 있을까. 개인방역 수칙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가까운 동네 책방을 찾아보자. <대전의정소식>은 열 번째 대전의 독립책방투어로 대전시 서구 원도안로 작은 숲공원 인근 골목에 있는 ‘해윰책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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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독립책방의 특징이랄까. 유난스럽지 않은 간판은 한눈에 찾기 어렵고 대로보다는 작은 골목 사이사이에 꼭꼭 숨어있는 작은 공간이 많다. 그런데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서 방문한다. 왜일까? 좋은 건 어쩔 수 없이 소문이 나고, 오래 기억된다.

대전의 ‘해윰책방’도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까 싶은 곳에 있다. 해윰책방을 안내해주는 입간판도 독립책방답게 정겹다. 책방 주변을 살펴보려고 원도안로 골목길을 걸어보았다. 인근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작은 숲 공원이 보인다. 이곳이 개발될 때 만들어진 도안숲 근린공원이라고 하는데 동네 산책길로 제격이다. 책방 문을 열자 나무냄새가 날 것 같은 통나무와 책장들, 잘 정리된 소품들, 높은 천장의 구조로 된 인테리어가 작지만 큰 공간처럼 와 닿는다. 목공일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송영인 책방지기가 직접 인테리어하고 내부 가구들도 손수 비치했다.

공간 곳곳에 애정을 담은 송영인 책방지기는 “걷다 보면 힐링 되는 골목여행을 하는 것처럼 따뜻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 한 권 한 권이 세상을 의미한다. 생각이 모여 세상이 되고, 세상을 맞는 또 다른 세상이 이곳에 존재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들로 채워지는 곳, 나에게 책방은 골목길 같은 존재이다.”

책방 이름이 특이하다. 해윰은 순우리말로 생각이라는 뜻의 ‘혜윰’을 발음하기 편한 ‘해윰’으로 바꿨다.

‘혜윰’은 송영인 책방지기가 사진작가로 활동할 때 사용했던 예명이기도 하다. 그의 필명은 자연스럽게 책방의 간판이 되었고 브랜드화 되어서 SNS 피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소설을 쓸 때나 영상, 사진작업을 할 때는 본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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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인 책방지기는 부캐의 신이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었고, 송영인 책방지기에게는 12개의 부캐가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MZ세대의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부캐’일 것이다. 취향에 맞는 콘셉트의 세계관 속에서 콘텐츠로 소통하는 MZ세대에게 1~2개씩의 부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부캐는 부캐릭터의 준말로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캐릭터화시켜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을 말한다. 송영인 책방지기는 네 자녀를 둔 슈퍼파파이자 카페 탐방기를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술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어요. 검도를 하면서 2~3년 내에 체육관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검도를 오래했고, 크라브마가(이스라엘 무술의 한 종류)도 2015년부터 꾸준히 연마해왔다. 그래서 2~3년 내에 책방과 함께 체육관을 함께 운영하고 싶은 포부도 있다.

지금은 ‘누구나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책방을 운영하면서 청소년 대상 사진, 영상 관련 강의를 나가고 있다. 대전시 블로그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대전을 홍보하는 일에도 빠져 있었다. 지금은 책방지기가 송영인 씨의 본캐(본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한 우물 파서 성공하던 시절은 옛 이야기다.

책방은 책만 보는 곳은 아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를 통해 취미가 비슷한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윰책방에서는 부캐가 많은 책방지기 덕분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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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방의 색(콘셉트)은 무엇인가요?”

해윰책방은 아직 오픈한 지 1년이 채 안된 신생 책방이라 뚜렷함은 없지만 이 책방을 준비할 때 모티브가 되었던 드라마가 있다. 원작 소설이 드라마화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습니다>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이 운영하는 ‘굿나잇책방’을 보면서 나도 저런 공간에서 힐링하고 위로를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힘든 시기에 영화나 드리마, 책 속의 한 장면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는 마중물 같은 것이다.

책방지기에게 독립책방은 책을 쓸 수 있고 영상과 사진작업을 할 수 있으면서 세상을 펼쳐볼 수 있는 곳이다. 출근하면 정리되어 있는 책들의 먼지를 하루 한 번씩 면 수건으로 닦아내는 일,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한 권 한 권이 소중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책을 닦으면서 코로나 시대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깨끗함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재고 정리까지 된다고.

“대전이 ‘노잼도시’라고들 하는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대전시에서 가볼만한 소규모 서점과 골목 상점, 카페, 빵집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독립출판도 하나의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콘텐츠들을 연결시키는 로드맵을 만들어 재미있는 대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각각의 한 세상이다. 코로나 시대, 책이라는 세상 안에서 조금이라도 힐링을 찾아 위로를 얻고, 무료한 일상을 달랠 수 있다면 동네서점으로서 책방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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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 입고할 때마다 완판을 자랑하는 독립출판 서적 <자음과 모음과 마음들>. 손준수 작가의 두 번째 시집으로 모음자를 겹쳐 보일 때 글자가 완성되는 투명책갈피(3개)가 끼워져 있어 이색적이다. 책 속에는 자음만 쓰여 있는 부분이 있어 그곳에 투명책갈피를 겹치면 마음을 울리는 시를 읽을 수 있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 연인에게 선물하면 좋을 사랑스러운 책이다.

책방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송영인 책방지기의 배우자가 좋아하는 책 <대체할 수 없는 말>은 정운 작가의 독립출판 에세이로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말들로 채워져 있다. “모든 것이 어두운 빗속으로 떠나도 사랑만은 남아요. 어느 투명한 계절에 밴 비의 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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