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특별기고 : 대전 이제 역사에서 배우자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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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선생의 강직함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1년경 단재 신채호 선생은 중국 북경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간다. 1년 전 박자혜 여사와 결혼하고 이듬해 첫째 아들 수범을 낳았으니 어엿한 가장으로서 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단재 선생은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자신이 연구한 글을 ‘중화보’ ‘북경일보’ 등에 기고하였다. 그런데 중화보에서 단재 선생이 보낸 원고의 토씨 한 자를 고쳐 신문에 게재하였다. 그 후 단재 선생은 토씨 한 자 고치는 것에 대해 글쓴이와 상의나 허락 없이 중화보가 무단으로 고친 것에 대해 항의하며 더 이상의 집필을 거부하였다. 단재 선생의 논설로 중화보의 발생부수가 4,000~5,000부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여 중화보 사장이 여러 차례 찾아와 사과하였으나, 단재 선생은 오히려 야단쳐서 돌려보냈다고 한다. 단재 선생은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무시해서 글자를 고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생계를 위해 지조를 깨뜨리며 집필한 자신을 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단재 선생이 보낸 원고의 토씨 한 자를 고쳤다 하여 그 후 집필을 거부하였던 것은 단재 선생의 결벽성과 강직성의 일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한 푼이라도 궁했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일반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배워야 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준거 삼아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의 현재가 나의 미래와 직결되기에 나는 오늘을 더 알차게 살아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을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서 잘 결정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이익을 위한 결정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지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결정과 행동을 개인이 아닌 단체 또는 우리 대전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얼마 전 구 충남도청 향나무 무단제거 사건은 우리 대전의 역사에 대한 무지함이 빚은 슬픈 현상이었다. 역사적 관점에서 향나무를 바라봤다면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대전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일종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대전도 역사에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가 주장하는 대전근대역사관 건립도 그 일환이다.

대전역과 충남도청

지난 100여 년 동안 물건과 사람이 몰려들면서 급속히 성장한 근대도시가 대전이다. 근대도시 대전을 형성한 중요했던 두 개의 축은 대전역과 충남도청이다. 대전역이 교통의 중심지 역할로 물품과 재화 등이 몰려들게 한 원동력이었다면, 충남도청은 행정의 중심지 역할로 사람과 용역 등이 몰려들게 한 촉매제였다. 대전역은 서울역, 동대구역, 부산역에 이어 전국 4위의 이용률을 보이며 여전히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100년이 넘는 대전역의 역사(歷史)를 알 수 있는 공간은 대전역이나 다른 어느 곳에도 없다. 철도 100년이 되는 시점이었던 2005년 전후에도 그에 걸맞는 기념식이나 행사조차 없었다. 2012년 12월 8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충남도청은 건물만 남기고 대전을 떠나갔다. 충남 안에 대전이 있었으므로 충남도청의 역사 또한 대전의 역사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충남도청의 역사(歷史)를 알 수 있는 공간은 대전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대전 이외의 지역은 4개 광역시 및 5개 중소도시에서 15개 이상의 다양한 근현대역사관이 운영 중이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목포, 군산, 강경, 포항 등 근대도시로 성장한 도시에는 역사관이 존재하며 현재 운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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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근대역사관 건립 제안

대전역과 충남도청 이외에 대전이 근대도시로 성장하면서 남겨진 유산들은 대전역과 충남도청 사이 원도심 주변에 즐비했었다. 그러나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시의 중심축이 이전하자 그런 흔적들은 사라지거나 멸실되거나 없어지거나 소실되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도시 성장에서 자연스런 일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보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하고 무관심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관심을 갖고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대전의 역사와 함께 자라났던 향나무가 무참히 베인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필자는 묻고 싶다. 근대도시라고 불릴 만큼 근대도시 대전을 한눈에 알아보고 배우고 익히고 후세에 전달해 줄 플랫폼이 있는가? 산재해 있는 근대 문화유산들을 총괄적으로 계획·관리·운영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가? 또한 체계적인 발전 방안이나 계획을 갖고 있는가? 그럴만한 컨트롤타워 또는 사람들이 있는가? 누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심히 고쳐진 한 글자의 토씨에 단호했던 단재 선생의 행동에서 역사적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또 다른 향나무가 역사에서 무심히 사라지기 전에 대전근대역사관 건립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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