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 여행 : 나경이의 작은 삶, 한쪽책방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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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가 되면 카페의 문이 활짝 열린다.
‘즐거운커피×한쪽가게’의 김나경 대표는 한낮의 정오에 카페 문을 열기 위해 가게를 정리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낸다. 한쪽엔 책이, 다른 한쪽엔 커피향이 향긋하다.
일상 가까이에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고향인 대전 갈마동에 공간을 만들고 지금은 거주지까지 옮긴 김나경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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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창고의 변신

평범한 직장에 다니던 나경 씨는 결혼 후에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 부부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좋아하는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가치 ‘커피, 책, 스테이’를 담았다.

‘즐거운커피’라는 상호명은 경기도 부천에서 운영하던 카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곳에서 나경 씨와 남편은 6년 정도 지역 주민들과 소소한 즐거움을 채우며 일상의 행복을 만들어갔다. 갑작스레 공간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다가 고향 대전을 떠올린 것은 나경 씨였다. 조용하면서도 안전한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달 여 대전의 곳곳을 찾아다녔다.

2년 전 이곳은 허름한 창고였다. 천장이 높았고 낡은 시멘트의 엔틱함이 부부의 눈에 들어왔다. 손수 인테리어를 했고, 드디어 ‘커피, 책, 스테이’를 담을 수 있는 부부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쉬운 길이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운영의 어려움이 컸다. 공간 안에서 하고 싶은 일들은 혼자 할 수 있는 일보다 사람이 모여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사람이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말 힘들었지만, 코로나19 위기는 또 다른 삶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경 씨는 전국의 고객들에게 북큐레이션을 해주고 책을 배송해주는 ‘온라인 책배송’을 시작했다. 불편해도 큐레이션을 통해서 책을 받아보는 이들에게 월1회 드립백 커피와 책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코로나로 힘든 이들의 일상 한쪽이 커피와 책으로 향긋했으면 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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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의 책장

직장인에게 소소한 행복 중에 하나는 점심시간일 것이다. 평일 한낮이면 팀장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어른과 팀원들로 보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점심식사 후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2년 째 일상처럼 찾아주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는 동네책방에서 온통대전 카드로 책을 구입하면 30% 가까이 할인 혜택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동네 서점은 어디가 있을까 검색해 보다가 즐겨 찾던 ‘가까운커피×한쪽가게’가 서점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반가운 손님도 있다. 주인이 책을 좋아해서 카페에 책을 전시해놓은 줄만 알았단다.

직장동료들은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다가 공간 안에 놓여있는 책들로 시선을 돌리고, 자연스럽게 책으로 이야기 주제를 바꾸면서 소소하지만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낸다. 나경 씨는 그런 이들을 위해 카페 한 켠에 ‘나경의 책장’을 만들어 놓았다. 평소 좋아하는 책을 카페 방문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50여 권의 책을 진열해 놓은 나경의 책장은 늘 열려있다.

도심 속에 편안하게 차를 마시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 대로변과 멀지 않아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어도 무섭지 않다. 조금만 걸어가면 낡은 듯 작은 도서관이 있고, 산책하기 좋은 도솔산이 인접해있다. 이곳에서 가게를 하다가 너무 좋아서 이사까지 와버렸다는 나경 씨에게 본인 소개를 요청하자 “작은 삶을 삽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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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을 일상에 담다

‘즐거운카페×한쪽가게’에서는 날마다 향긋하고, 책으로 채워지는 일상이 새롭다.

카페와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을 때 마치 시험대에 오른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번거로웠지만, 덕분에 온통대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조금은 숨통이 틔었다고 얘기한다.

최근 부부는 북클럽 운영도 시작했다. 이 또한 코로나가 준 일상의 변화일까?

나경 씨는 ‘너그러운 밤’, 남편은 ‘사려깊은 밤’이라는 타이틀로 저녁 8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보다 진정성이 있는 4명 이내로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일요책방’이라고 서점만 열어놓는다. 노트북 작업도 허용 안된다. 일요일에는 오롯이 책만 볼 수 있다는 콘셉트이다. 고집스럽지만 건강한 가치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부부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오래오래 부부가 생각하는 건강한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서로의 끈을 연결하고 있다.

애정이 깃든 공간 안에 좋아하는 가치를 담는 노력은 날마다 향긋하고, 책으로 채워지는 일상을 새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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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에 이책을 처음 접했는데 겨울에 한 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에 어울리는 글이 많아서. 시집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삶의 아픈 부분, 어두운 부분, 살짝 비켜선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매우 따뜻하다. 코로나 시대에 많이 지쳐있는 분들한테 위로가 되었으면 하고, 타인에 대해 한 번쯤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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