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특별기고 : 우리 동네의 심장, 동네서점을 생각한다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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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의 역할

요즘 시대에 지역(동네/마을)서점은 무엇일까? 왜 지역서점을 살려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정부가 지역서점활성화 조례안을 만들고 지원(온통대전 등)까지 하기에 이르렀을까.

필자가 서점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점이 생계의 도구인 줄만 알고 수익만 생각하고 종사하다가 어느 날 현인으로부터 일침을 맞았다. 책이 아이들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너무 상업화되었다는 것이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단행본으로 출판된 어린이 책이 적은 편이었고 양서보다는 상업적 출판이 주류를 이루던 때이긴 했지만,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책을 팔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관련된 공부를 하며 책 문화공간을 만들고 유명 작가 초대부터 각종 독서 강좌, 책 읽어주기 및 서점견학 프로그램 운영 등 20년을 넘게 꾸준히 해오는 동안 좋은 어린이 책 출판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계룡문고에 가면 보고 싶은 좋은 책이 많다고 많은 전문가로부터 칭찬을 받는다.

책이 교육의 절대적 도구이다 보니 서점은 학교 밖 도서관으로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기도 한다. 이미 세계는 인공지능 시대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미래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 독서량이 UN 통계에 165위(2015년)로 잡혔고, 최근 들어 OECD 국가 중 문해력이 꼴찌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어떤 독서교육도 스마트폰에 모두 잠식당했다. 도서관 이용량까지 많이 줄었다. 암담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단언컨대 자신 있게 말한다. 지역서점은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지역 서점을 통해 죽은 독서를 살려낼 수 있다고. 20여 년간 유·초·중등학교 서점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증명한 사실이다. 돌아갈 때 차 안에서 모든 아이들이 책에 빠졌다. 학교도서관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학생들 사이에 대화가 책 이야기로 바뀌었으며 심지어 가정에서 게임에 빠진 아이들도 책과 친해지는 사례까지 생겼다. 그러니 학교 성적(실력)이 향상되는 일은 당연하다. 코로나19 직전까지 서점견학이 원근 각지에서 소풍 오듯 날마다 넘쳐났다.


마을주민이 사랑하는 책방

서점은 교육공간이라는 필자 말에 지인 한 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실제 사례를 들려줬다. 마을에 한 주민이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그 동네서점 주인이 “자녀 학원 보내기도 어려울 텐데 우리 서점에서 책이나 실컷 보게 하시라. 구매 안 해도 되니 절대 부담 갖지 말고” 그 집 자녀는 날마다 그 동네서점에 와서 책에 빠지더니 사교육 하나 없이 연세대학교 국문과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 사서 교사는 “우리 애는 계룡문고가 키웠어요. 감사해요. 계룡문고를 이용하다 보니 책을 너무 좋아하고 도서관 이용이 많아져 사교육 하나 없이 교육대학에 입학했어요.” 이런 얘기는 참 많이 들었다. 동네서점 주인이 은인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 지역에 있는 동네서점이다.

공공도서관이 빈약했고 학교도서관이 제 기능을 못 할 때 동네서점은 도서관 역할까지 이렇게 충분히 했는데…. 이젠 동네서점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사명감으로 각 지역 마을에서 고군분투하는 곳이 꽤 있다. 또, 근년에 전문성을 갖춘 독립책방들이 조금씩 나타나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는데 유지해 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서점 입점, 여기에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역의 모든 동네서점은 빈사 상태까지 몰렸다. 다행히 대전광역시의 용단으로 온통대전을 출시, 지역서점을 배려한 덕에 기사회생하고 있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여기에 발맞춰 대전광역시 전 지역에 분포된 동네서점들도 심기일전으로 다시 뭉쳤다(2020.12월에 (사)대전광역시서점협의회 출범). 동네서점이 교육·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사명감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동네서점은 한 마을의 중심이다. 바로 심장이다. 그 때문에 정부는 지역서점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낌없이 해야 하고 마을 주민은 동네서점의 단골이 되어야 하며 그 서점의 주인과 직원은 지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힘으로 다양한 책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마을 곳곳에 동네서점이 발전하고 생기면 동네는 살기 좋은 마을로 변하고 나아가 대전광역시가 행복한 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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