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대전 근교 여행 : 공주한옥마을과 하숙마을 > 소식지


e1.jpg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을 기다리는 9월.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짙은 초록빛 나무들이 봐 달라고 손짓한다. 천년 역사 백제의 숨결과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충청남도 공주를 찾았다

e2.jpg
누군가에겐 너무 바쁜 세상,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를 살아간다. 여행은 그런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 주며 삶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양광모의 그림이 있는 인생노트 <귀뜸>에는 ‘가장 현명한 사람은 빈틈없는 사람이 아니라 쉴틈을 만드는 사람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빈틈’과 한 글자가 다른 ‘쉴틈’이 우리 삶을 여유롭고 살맛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주는 쉴틈을 만들어 주는 여행지였다. 공주를 찾은 날은 7월의 장맛비가 막 시작해 하늘이 우울했던 날이다. 공주에 도착할 즈음 엄청난 장맛비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은 날의 공주보다 이색적인 그림이 연출될 것 같아 예정대로 공주한옥마을과 공주하숙마을을 찾았다. 지난여름 휴가철을 바쁘게 보냈을 공주한옥마을과 그 인근에 위치한 공주하숙마을의 골목을, 청초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 걸었다. 빗물을 머금은 한옥마을의 기왓장이 평소와 다른 빛깔을 뽑냈고, 풀들은 더 짙은 초록빛을 발산했다. 빗물에 젖은 골목길 담벼락처럼 사람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e3.jpg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쁘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집 뒷마당에 쌓아 둔 장작이 멋스럽다. 공주한옥마을은 원래 그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점에 놀랐고, 사진으로 담았을 때 예쁜 포토존이 많아서 감탄했다. 1시간 내외의 산책코스로 손색없고, 겨울이면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전통 구들장 체험이 가능하다.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여름 꽃이 빗물을 맞아 새초롬하게 반긴다. 비가와서 흐드러지게 서 있는 버드나무의 초록 잎 색깔이 더 선명하다. 수채화 물감에 빗물을 섞어 예쁜 풍경화를 그려 낸 듯 말이다. 역시 날씨는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주차장 옆 관리사무소에는 우리나라 길조의 대명사인 제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5마리 키우고 있었다. 사람들과 제법 친해졌는지 가까이 가서 눈을 맞추어도 날아가지 않는다.

공주한옥마을 정은숙 팀장은 “제비 가족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것을 보는 것도 신기하고 이곳에 오시는 손님을 반갑게 반겨 주니 제비 가족이 공주한옥마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며 “날이 추워지면 새끼들을 데리고 강남으로 떠났다가 희망을 품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공주시에서 운영한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곳곳에 나태주시인의 감성을 살려낸 시들이 쓰여 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춰 공주를 사랑한 시인의 글을 읽는다. 나도 공주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e4.jpg
학창시절로 시간여행

장맛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산 들고 ‘공주하숙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 골목에 스토리를 입혀 찾아가는 골목여행지로 만들어 놓은 이곳. 빗물에 젖은 하숙집 초록대문을 두드리면 금방이라도 정 많은 주인이 나와 반겨 줄 것만 같다.

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주택에서 3년간 하숙생활을 지내 본 터라 추억이 새록새록 마음을 울린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여고생인 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제민천 공주하숙마을은 잠시나마 시간을 거슬러, 마음 깊은 곳에서 그때의 나를 기억나게 했다.

비가 내린 제민천에는 물이 많다. ‘백성을 구하는 냇물’이라는 의미로 터가 좋아 마을 주민들이 정겹게 살아가던 곳이었으리라. 지금이야 기술이 좋아지고 시설이 편리해져 기숙사를 이용하지만, 옛날에 이곳은 타지에서 공주로 유학 와 명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하숙을 지냈던 곳이다.

공주하숙마을은 1960~70년대의 추억과 향수를 품고 있다. 아직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공주 원도심 활성화와 마을의 생명수 제민천을 따라 흐르는 문화 골목 만들기 사업을 위해 2014년 조성된 복합 문화공간이자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e5.jpg
제민천을 따라 그 시절 하숙생의 모습을 벽화에 담았고, 예전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 준다. 1979년 사진 속의 고등학생은 현재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부모이자 조부모가 된 이들의 학창시절을 상상해 본다.

공주하숙마을의 골목을 산책해 보았다. 제민천을 따라 골목입구 모서리에 위치한 중앙분식은 그냥 겉모양만 봐도 오랜 맛집의 포스가 느껴진다. 학창시절 가장 애정했던 간식, 즉석 떡볶이 맛집이다. 5분 정도 골목을 따라 걸었다. 수원 이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첫 감리교회이자 기독교 박물관인 공주 제일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1931년 건립되어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다. 3 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투사들의 얼을 기리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잠시나마 나라를 지킨 호국 영웅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골목길에는 추억과 향수, 그리움이 뒤엉켜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두둑 툭툭 두둑 툭툭”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치 비트에 맞춰 드럼을 치듯 경쾌해진다. 내 발걸음도 점점 빨라진다. 여행을 마칠 시간이다. 우산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가끔 ‘쉴틈’을 주고 싶다면, 공주로 떠나자.


e6.jpg
end.jpg
Copyright © StorySen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