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대전 근교 여행 : 두 발로 역사여행 ‘직지’와 ‘아트’를 품은 청주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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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의회「의정소식」은 2019년 대전 방문의해를 맞아 대전 관광명소를 소개한데 이어, 대전에서 1시간 내외로 근접하게 여행할 수 있는 이색 여행지를 소개한다. 대전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손색없는 그 두 번째 대전 근교 여행지로 청주를 찾았다.

대전에서 청주를 찾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가까운 해외로 떠날 때 공항을 찾기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청주에서 태어난 친구는 그곳이 패션의 도시라고 말한다. 인터넷에 ‘청주’를 검색해 보니 교육의 도시란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청주는 과연 어떤 도시일까?
새봄에 찾은 청주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와 수암골 벽화마을의 ‘아트’를 품은 품격 높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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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 청주고인쇄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간행된 청주 흥덕사지(사적 315호)에 세워진 우리나라 유일의 고인쇄 전문박물관이다. 1992년 3월 흥덕사 옛 터에 지어졌고, 2000년 6월 증축되었다. 멀리서 박물관 전경을 보니 우주선 3대가 착륙한 듯한 모형이다. 미래도시에 온 기분이 들었지만, 둥근 돔 형태로 지어진 건축물 외벽면에는 우리 고유의 활자들이 새겨져 있다. 미래형 건축물은 오래된 전통을 품은 듯 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봄날 따사로운 마당을 뒤로하고 박물관에 들어섰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우리나라가 명실상부 금속활자 발명국임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활자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조형물과 빛으로 만들어낸 ‘활자놀이’로 활자와 친해질 무렵 박물관 한쪽에 쓰인 ‘직지는 현재 우리나라에 없다’라는 문구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금까지 직지의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이곳에서 만날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발걸음이 조금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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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직지(直指,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는 1377년(고려 우왕 3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책으로 독일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 42행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다. 이로써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되어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어 2004년 4월 유네스코 ‘직지상’이 제정됨으로써 청주는 세계인쇄문화의 발상지임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인 금속활자 제작 기술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하여 매년 9월 2일을 ‘직지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행사를 펼친다. 올 가을 다시 청주를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직지’의 본래 제목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백운화상이 석가모니를 비롯하여 역대 조사 및 선사님들이 마음의 본체를 똑바로 가리켜 보인 중요한 절목을 모아 편찬한 책이다. 흥덕사지는 ‘직지’가 인쇄된 곳으로 우암산 자락 높은 지대에 있어 청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흥덕사지에도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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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골 벽화마을

오래된 골목 여행을 좋아한다.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놀던 놀이터가 있고, 이집 저집 밥 짓는 냄새가 나고, 어두워지면 방마다 희미한 불빛을 내뿜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정겹다. 여기에 ‘아트’가 더해진다면? 스토리가 있는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은 이 모든 것들의 교집합이다.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인 수암골은 2008년 이후,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으로 조성한 벽화마을이다. ‘수암골 아트투어’를 통해 지난날 우리 삶의 모습을 한 올 한 올 뽑으며 추억에 잠긴다.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새롭게, 때론 포근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골목길 마디마디에 그려진 그림과 시, 이야기가 잠자던 감성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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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에 그려진 ‘마실’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수암골에 자리잡았던 피란민들 대부분은 수암골을 떠났다. 당시부터 살고 있는 가구는 몇 집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골목에 그림이 그려지고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인기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제빵왕 김탁구’, ‘카인과 아벨’, ‘영광의 재인’까지. 드라마를 촬영한 팔봉제빵점을 비롯해 신유경의 하숙집, 드라마 속 주인공의 동상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이렇게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도시 청주에서 고귀한 전통과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과거 흥덕사의 절터가 있었고, 청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우암산 자락에서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직지가 고향(청주)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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